2013년3월

공지

과학칼럼

올해는 혜성의 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두 개의 혜성
옛날 사람들에게 밤하늘의 모습은 달과 별, 그리고 눈에 보이는 몇몇 행성들을 제외하고는 항상 일정하여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긴 꼬리를 끌며 밤하늘에 나타나는 혜성은 두려움과 경이의 대상이었다. 혜성은 오래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질병이나 재난을 가져오는 불길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에드먼드 핼리(Edmund Halley)에 의해 혜성도 역시 정확한 과학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태양계의 일원으로 밝혀지면서 이런 막연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오히려 밤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천체로 각광받게 되었다.
혜성은 태양계의 바깥에 있는 오오트 구름(Oort cloud)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혜성의 핵은 얼음과 먼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태양에 가까워지면 태양의 복사 압력과 태양풍에 의해 태양의 반대쪽 방향으로 꼬리가 만들어진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혜성이 나타나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은데 올해는 두 개의 밝은 혜성이 밤하늘을 멋있게 장식할 예정이다. '혜성의 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먼저 3월 중순에는 판스타 혜성(Panstarrs, C/2011 L4)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가 진 직후 서쪽하늘에서 꼬리를 위로 뻗은 혜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는 고도가 너무 낮아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높이 솟은 꼬리는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에는 이보다 훨씬 더 밝은 아이손 혜성(ISON, C/2012 S1)이 등장한다. 아이손 혜성은 최대 밝기가 달만큼이나 밝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혜성 관측 역사상 가장 밝은 혜성들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밝게 보이는 이유는 태양에 매우 가까이 다가가서 엄청난 양의 물질들이 증발하면서 지구와도 가까운 거리를 지나가기 때문이다.
아이손 혜성은 10월 말부터 맨눈으로 볼 수 있게 되고 태양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11월 중순과 태양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는 12월 중순에 밝게 보일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진 후 서쪽하늘과 해뜨기 전 동쪽하늘에서 긴 꼬리를 위로 뻗은 혜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혜성의 모습은 혜성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지금 예상하고 있는 모습대로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아이손 혜성의 경우 태양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완전히 증발되어 살아남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유명한 혜성 관측자인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는 이렇게 말했다.

"혜성은 고양이와 비슷하다. 꼬리를 가지고 있고,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어쩌면 올해 나타날 혜성들이 지금 기대하고 있는 만큼 멋진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혜성의 궤도는 이미 정확하게
결정되어 있으므로 다른 해에 비해 멋진 혜성을 볼 수 있게 될 것은 분명하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서는 판스타 혜성이 나타나는 3월과 아이손 혜성이 나타나는 11, 12월에 혜성 관측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과천과학관 홈페이지에 공지될 예정이다.

글 : 국립과천과학관  이강환 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