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이 저녁에도 보인다고?태양의 두 번째 궤도를 도는 금성은 ‘샛별’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금성을 새벽에만 볼 수 있는 천체로 생각합니다. 금성이 새벽뿐만 아니라 초저녁에도 보인다고 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아마도 ‘샛별’이라는 이름에서 생겨난 일종의 선입견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샛별’의 ‘새’는 새벽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새’는 동(東)쪽이나 흰색(白)을 의미하는 것으로 새벽과는 연관성이 없어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샛바람’은 동풍의 순 우리말인데 이와 같은 표현이 ‘샛별’에도 들어있는 것입니다. 또한 흰색을 의미하는 ‘태백(太白)’이라는 표현도 동양에서는 금성을 일컫는 이름이었어요. 금성은 매우 밝은 천체인 만큼 부르는 이름도 다양해, 새벽에 관측되는 금성을 샛별, 계명성 등으로 불렀고 저녁에 관측되는 금성을 개밥바라기, 어둠별, 태백성 등으로 불렀어요.
금성은 밤하늘에서 달 다음으로 가장 밝은 천체!
요즘 금성은 해가 진 후 약 2시간 정도 서쪽하늘에서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주변의 다른 별을 압도할 만큼 밝기 때문에 눈에 쉽게 띄지요.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밝게 빛나는 금성을 북극성으로 착각하는데요. 사실 북극성은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 아닙니다. 단지 하늘의 회전축인 ‘북극’에 매우 가까이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에 불과하며, 밤하늘에서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는 평범한 밝기의 별입니다. 반면 금성은 밤하늘에서 달을 제외하면 가장 밝은 천체인데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비교적 밝은 별을 보통 1등성으로 분류하는데, 금성은 1등성 보다 밝기가 거의 100배 이상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성이 달처럼 보인다고?
금성은 단순히 밝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망원경으로 관측해보면 모양과 크기가 변하는 매우 흥미로운 천체입니다. 행성은 지구의 공전궤도를 기준으로 안쪽 궤도와 바깥쪽 궤도를 도는 행성으로 나누는데 안쪽 궤도를 도는 행성은 내행성(inferior planet), 그리고 바깥쪽 궤도를 도는 행성은 외행성(superior planet)으로 부릅니다. 내행성은 수성과 금성이 해당되고 외행성은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해당됩니다. 내행성과 외행성의 가장 큰 차이점은 관측할 때 보이는 모습이 크게 다르다는 것인데요. 외행성은 항상 지구 바깥쪽에서 관측되기 때문에 어느 각도에서나 행성의 전면이 마치 보름달처럼 거의 다 보입니다. 반면 내행성은 태양-내행성-지구가 이루는 각도가 일정 각도 이상으로 벌어지지 않으므로 위치에 따라 모양, 즉 위상이 마치 달처럼 변하게 됩니다. 이때 최대로 벌어질 수 있는 각도를
최대이각* 이라고 합니다.
*최대이각이란?
관측자가 바라봤을 때 어느 천체가 태양으로부터 떨어진 거리를 각도로 나타낸 것을 이각이라 하는데, 이각이 최대가 될 때를 최대이각이라 합니다.
금성은 최대이각일 때 가장 잘 보인다!
최대이각은 태양의 동쪽방향과 서쪽방향의 두 곳에 있어요. 태양의 동쪽을 ‘동방최대이각’, 서쪽을 ‘서방최대이각’이라고 합니다. 동방최대이각일 때는 초저녁 서쪽하늘에서 관측되고 서방최대이각일 때는 반대로 새벽 동쪽하늘에서 관측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동방과 서방의 위치에 대해 혼동합니다. 또한 금성이 언제, 어느 방향에서 보이는지 어려워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용어만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이각’이 태양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각이라고 했으므로 동방은 태양의 동쪽, 즉 우리가 태양을 바라봤을 때 왼쪽 방향이 되고, 서방은 그 반대 방향이 됩니다. 동방과 서방은 금성이 하늘에서 관측되는 방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태양으로부터 어느 방향에 위치해 있는지를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금성이 초저녁에 보인다고 한번 가정을 해봅시다. 한낮에는 태양빛에 의해 금성을 보기 힘들므로 금성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하늘에서 해가 지거나 뜨기 전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내행성은 외행성과는 달리 항상 태양 근처에서만 관측되므로 금성을 볼 수 있는 시간은 해가 진 직후거나 해뜨기 전 짧은 시간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초저녁에 금성이 보였다면 당연히 그 방향은 해가 진 쪽인 서쪽하늘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때의 금성은 태양의 왼쪽, 즉 동방입니다. 태양의 서방에 있는 금성이 항상 새벽에 보이는 이유도 위와 같아요. 금성이 태양보다 먼저 뜨므로 해가 뜨기 전인 새벽에는 볼 수 있지만 저녁에는 태양보다 먼저 지므로 볼 수 없는 것입니다.